2010.2.2
라오스에 오면 꼭 하고 싶었던 것은 4가지 정도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하고 싶었던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남하 보호구역(Namha NPA)으로의 트레킹!! 원래는 7일짜리 트레킹을 하려고 했으나 방비엥을 다녀오는 바람에 시간이 부족해 나중에 하기로 한다. 내가 라오스에서 하고 싶었던 것 4가지는 홈스테이, 트레킹, 그물침대에서 한가하게 하루종일 책 읽기, 루앙프라방의 재앙으로 무산된 코끼리 타기였다. 이제 2가지를 하게 되었으니 여행의 절반이 시작된다는 것이 실감나나 당시 감기 몸살이 심해 컨디션은 시궁창 ㅠㅠㅠ
오전 8시 반 Green Discovary 사무실로. 아직 준비중이길래 Western Union에 가서 집에서 부쳐준 돈의 부족분을 받고자 갔으나 인터넷이 안되서 업무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우리 나라로 치면 새마을금고 쯤 되는 Lao Developmental Bank인데.. 어차피 투어가서 쓸 돈도 없으니 다녀와서 찾기로 한다. 사무실로 돌아와 앉아 있으니 3일동안 동고동락할 친구들이 둘둘둘하나씩 온다(Gabi와 나를 빼고는 커플들이었다!!) 영국인 커플 게리와 젬마, 독일인 커플 율라와 세바스티안, 이름 대신 캡틴이라 부른 오스트리아인 커플, 그리고 스위스 요르레이 소녀 Gabi... 다들 서로 어색한지 Ice breaking이 되지 않는다.. 3일간 트레킹을 하고 되돌아보건대 그들은 내가 만난 외국인들 중 수줍고 내성적인 성향에 속하는 사람들어었던 것 같다. 내 앞에 앉아있던 세바스티안에게 인사한다.. 내가 어제 밤시장에서 극성스런 아카족 아줌마들에게 산 아카족 모자를 쓰고 있으니 나에게 오늘 우리를 이끌어줄 가이드냐고 묻는다... 그냥 그렇다고 하고 세바스티안 좀 놀려줄걸 그랬다.. ㅋㅋ 곧 가이드 폰삭이 오고 우리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길 옆에 있는 카무족 마을.. 뒤를 돌아보고 있는 두 명의 커플이 영국인 커플 게리와 젬마이다. 나와 동갑인 87년생!
길 옆에 있는 카무족 마을을 거쳐 비포장도로를 따라 걸어가다 보니 아카족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있다.. 가이드에게 아카족의 인사말을 배워 아이들에게 인사한다. "요무마데"
멋지게 생겼으나 가이드 '폰'이 흔들어 불안했던 다리를 건너면..
아카족 마을이 나온다.. 이제 귀에 척척 달라붙는 라오어와는 달리 억양에서 차이가 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비엔티안과 남부 지방의 라오어와 북부 지방의 라오어 및 소수 민족 언어는 큰 차이가 있는 '폰'의 말에 의하면 비엔티안과 남부 지방 사람들은 계집아이처럼 말끝을 길게 늘어트린다고 한다.. ㅋㅋ 듣고 보니 '폰'이나 아카족들이나 말의 끝이 딱딱 끊어진다. 반면 그동안 내가 들었던 라오어는 경극의 대사가 연상되듯 말끝을 쭉 늘이는 말투였다.
반꽁로에서 아이들과 놀았던 대로 난 나를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달려들며 "요무마데"하였으나 아이가 울자 아이의 할머니로 보이는 분이 나에게 돈을 요구한다.. 관광객이 도착하기 전엔 그렇지 않았을텐데.. 전날 밤시장에서 극성스러운 3명의 아카족 아줌마가 생각나며 그들을 그렇게 변하게 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되새기며 책임여행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다리를 건너가니..
루앙남타 지방의 아이들을 모두 다 모아논 듯 많은 아이들이 우리의 썽테우에 몰려와 있다.. 그들에겐 1주일에 한번쯤 오는 외국인들은 흥미와 호기심의 대상일 것이다..
아이들은 모두 아카족이었는데 아카족 모자를 쓰고 "요무마데"라고 하는 나에게 무한한 호감을 보였다.. 이 것은 아카식 환영 인사인 것인가..
난 아이들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에게 액정에 나온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들은 호기심을 충족한 듯 좋아하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순박해 보이는 아카족 아이들은 우리와 잠깐 논 것이 재미있었는지 썽테우에 매달리며 보이지 않을때까지 우리를 쫓아왔다..
트레킹의 시작!!!
곧 더워져서 트레킹동안 쓰고 있어야지 했던 다짐했던 아카족 모자를 이내 벗어버린다..
2박 3일동안 우리의 식탁, 간이침대, 화장실이 되어준 바나나잎
내 앞에 등장한 여신님이 독일 커플 율라.. 나보다 누나..
뒤에 고뇌하는 오스트리아인이 캡틴의 남자친구.. 이름은 모른다.. 2박 3일동안 캡틴이라고만 불러서.. 교양있고 똑똑하며 정글에 호기심이 많은 분이었다..
엄청난 크기의 바나나잎은 이국적인 모습을 선사해준다..
2~3시간동안의 숲을 지나 구릉지대로..
로컬 사람들이 사냥을 하거나 이동을 할 때 이용하는 쉼터에서 우리도 잠깐 쉰다.. 숲속에 들어오니 몸의 컨디션이 한결 나아진다.. 아직도 서로 어색하다..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농담하기!! 썰렁하지 않을까 하는 농담도 잘 먹힌다.. 예를 들면 이 쉼터를 구경하고 있으니 빗자루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빗자루로 쉼터를 쓸며 가이드에게 "여기가 우리가 오늘 잘 곳인가요? 내가 어제 잔 5성급 호텔보다 훨씬 낫네요" 하며 청소를 한다.. 그러고 율라와 젬마에게 "룸서비스입니다. 팁 주세요" 이런 식?? 근데 통한다.. ㅋㅋ 내 농담은 유러피안 스타일인가 보다.. 이후 난 자연의 정기를 받아 2박 3일동안 쉴새없이 유머를 쏟아낸다..
조금더 가서 점심을 먹는다.. '폰'과 우리를 따라온 카무족 가이드들이 미리 만든 음식이었다..
이렇게 숲속 깊은 곳에서
음식을 먹는다..
젓가락은 나무줄기를 뜯어서 먹는다.. 여기선 무언가를 남겨도 모두 쉽게 자연에 환원되는 것들만 사용한다..
조금더 가니 나오는 폭포.. 우기때는 많은 양의 물이 있어 웅장하다고 한다..
감자 비슷한 것을 주워와 저글링하는 '폰'..
2박 3일 트레킹을 하는동안 가장 잘 찍은듯한 사진.. 얘내들은 죽어도 인물사진을 안 찍는다.. 아마 내가 그들에게 사진을 보내지 않는다면 그들은 트레킹동안 자신의 얼굴이 나온 사진은 한장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조금 더 걸으니 우리가 잔 숙소가 나온다..
세바스티안이 역광을 받으며 있다.. 그의 발냄새는 꿀과 같이 향기로워 다음날 그의 등산화에선 한마리의 벌이 질식된 채 발견된다.. 아무튼 여기서 약간 떨어져있는 개울에서 목욕을 하고 나는 감기몸살이 낫지 않아 낮잠을 자기로 한다..
밖에 시끄러운 웃음소리에 일어나니 카드게임을 하고 있다.. 이름은 모르나 예전 배낭여행에서 여행객들과 해본 적이 있는 게임이기에 바로 참여하였다.. 그렇게 게임 몇판 하고 서로 자기 소개를 하다보니 곧 저녁 시간!! 저녁은 가이드들이 여기서 직접 만든 음식들이었다..
깊은 숲 한가운데에서 우리들만의 위한 캠프에서 '비어라오~ 비어라오~'라고 울기 때문에 '폰'이 비어라오새라고 명명한 새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숲속에서의 하루가 지나간다..
별이 쏟아질듯할 밤, 남하 보호구역의 숲 속에서 캠프파이어를 한다.. 우리는 여러 이야기를 하며 국경을 초월한 우정이 생겨났다.. 모두에게 잊지 못할 강렬한 추억을 마음 속에 담아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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