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31
주말의 2박 3일 방비엥 방문을 마치고 이제는 고향같은 비엔티안으로! 어제 라오라오에 꽐라 되고 선풍기를 키고 잤더니 대낮이 되어 날이 더워지는데도 추위가 느껴진다. 지금은 주차장 및 공터로 쓰이는 전쟁 때의 활주로를 지나 국도 옆에 있는 국수를 파는 노천식당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그러더니 썽테우 한대가 다가와 '빵빵' 거린다. 나한테 하는 것인줄 몰랐는데 나에게 오라는 손짓을 한다. 비엔티안으로 가는 썽테우라고.. 4시간 가야 하는 길을 썽테우를 타고??!!! 썽테우는 1톤트럭을 개조하여 뒤에 앉아 가는 것이기 때문에 대개 엉덩이가 아프고 좁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것도 좋은 경험이겠지 해서 타본다. 마침 사람도 없고...
그건 나의 실수였다. 30분도 안되어 썽테우는 발디딜 틈 없이 꽉 찼고 순간적으로 폐소공포증과 공황발작이 시작되어 숨도 못 쉴것 같았다. 그래서 잠깐 세워달라고 하여 바깥 경치좀 보니 한결 나아진다. 썽테우에 앉아 가지 않고 뒤에 매달려 가기로 한다. 맘껏 바깥 경치를 구경할 수도 있고 담배도 마음대로 필 수 있어서 한결 편하다. 하지만 나 이외에 7~8명의 현지인들 역시 매달려 가고 있는 상황이라 2시간동안은 거의 한 발로 서 있어야 했다...
떨어지지 않으려면 트럭을 꽉 잡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사진같은건 찍을수도 없었다..
이런식으로 매달려서... 이 셀카 찍느라 같이 매달려온 분들께 작은 민폐를 끼쳤다.. 정말 힘든 4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는 추억이었다! ㅎㅎ
당시 썽테우에는 스페인 커플이 타고 있었는데 내가 스페인어를 약간 할 줄 알았기 때문에 그들은 나에게 많은 호의를 갖고 있었다.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렇다. 한국어를 할줄 아는 외국인이, 할줄 모르는 외국인보다 더 호감이 가듯 비영어권 외국인들 역시 비슷함을 느끼나 보다. 10년 전 독일에 여행가려고 배워논 독일어가, 지금은 다 까먹고 'Wo ist Toilette(화장실이 어디입니까?)' 만 기억나지만 그 말로 며칠 후 정글 속 모닥불에서 세바스티안은 나의 유머 실력에 감동을 먹고 말았다. 그리고 스페인인들은.. 누구든 이번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나의 buen amigo가 되었다.
썽테우라 비엔티안의 남부터미널로 간다. 탈랏싸오 터미널로 가야 시내로 들어가는 건데.. 어쩔수 없이 뚝뚝을 다시 타기로 한다. 하지만 이놈의 뚝뚝 기사들은 라오스의 유일한 나쁜 사람들이다. 훗날 므앙응오이에서 만나게 되는 정치적 망명을 고려하는 이탈리아인 Eddy는 뚝뚝 기사의 행동을 3단계로 정리하였는데, <1단계 바가지를 씌운다. 2단계 마약을 팔려고 한다. 3단계 창녀에게 데려가려 한다.> 였다. 모든 뚝뚝 기사들이 그런건 아니지만 우선 1단계는 누구에게나 적용되고 2,3단계 역시 23일동안 10명도 넘는 뚝뚝 기사들이 나에게 제안을 하였다. 정치적 망명을 고려하는 이탈리아인 Eddy는 루앙프라방에서 나와 함께 툭툭 기사와 함께 영어로 그 문제에 대해서 상의하려 하였으나 아쉽게도 툭툭 기사는 우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다시 Khaiamphone 게스트하우스로.. 프론트 직원이 오랜만에 보는 친구처럼 반갑게 맞이해준다. 사실 나도 그가 반가웠다. 여기서 하루 이틀도 자는 것도 아닌데 비어 라오 하나는 써비스로 달라고 하니 가져가란다. 난 이제 단골손님이 된것이다. Tanoy가 오늘 친구의 생일 파티가 있다고 같이 가자고 한다. 오늘도 역시 색다른 경험을 하는구나.. 하지만 늦은 시간에 시작한다고 해서 비엔티안의 부페집으로... 하지만 감기기운도 있고 사람들도 너무 많아 식욕이 돌지 않아 별로 먹지 않고 오토바이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굳'의 집으로!
18번쨰 생일을 맞은 '굳'
'케톱'과 '끼약'.. Tanoy와 가장 친한 여자아이들이다.
덩치에 비해 수줍음이 많아 별로 얘기를 나누지 못한 이름 모르는 친구
남자아이는 Noy.. 나와 비어라오 배틀을 붙고 곧 장렬히 전사하게 된다.. Tanoy 외 지금껏 나와 E-mail을 주고 받고 있다. 나중에 라오스를 가거나, 그가 한국에 오거나 하게 되면 소주에 삼겹살을 대접하겠다 약속하였다.
'케톱'이 만들었다는 스파게티.. 방비엥에서 먹었던 스파게티와 마찬가지로 밍밍한 맛이었는데 내 생각엔 이 것이 라오스식 스파게티인듯 싶었다. 그래도 맛있어서 2그릇은 혼자 먹은듯..
오늘의 주인공 '굳'과~
이걸 먹을 수 있는 한국인은 비위 상위 3%안에 든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나라와 핀트가 다르게 매운 고추와 한국인들이 못 먹는다는 팍치로만 만든 엽기적인 음식이다.. 라오스 애들은 이 음식이 고추 때문에 힘들어 하였는데 우린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고추 3개씩 먹기로 하고 게임을 즐겼다. 다행히 난 팍치를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단지 고추의 매운 맛만 참아내면 되었다.
케익의 불을 끄며 노래 부르는 시간!! 어두워서 그런지 잘 안나온.. 생일 축하 노래를 영어로 부른다.. 난 한국어로 불렀다.. 생일 축하했어 굳!!
조니워커 블랙 라벨.. 폭탄주 '타이타닉'을 시연해 보이려고 했으나 국가 이미지 재고상 그러지 않기로 했다..
'굳'의 집은 엄청난 규모였는데 이 집은 단순히 별채에 불과하였고 건물이 세 채나 되었다. 그리고 집에서 일하는 사람만 5명이었으며 집의 크기는 한남동의 고급 주택 수준은 되었다. 조경도 잘 되었었으며 밖에서 보았을 때 그녀의 아버지는 정부의 고위 관료인 듯 싶다. 국민소득 1000불의 공산주의 국가인 라오스도.. 빈부격차는 존재하였고 특권층은 존재하고 있었다. 2010년의 1월도, 비엔티안의 마지막 날도, 여행의 절반도, 역시 알콜과 함께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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