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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여행 (2010)

#9. 반꽁로에서의 오후

2010.1.26

 

 한 아이에 이끌려 간 곳은 싸리의 부모님의 집이었다. 아마 싸리는 둘째 아들쯤 되는 모양인데 그 집에서 싸리의 형과 부모님, 조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싸리의 아버지는 복수가 차 배가 띵띵 동그라진 채로 집에 누워 있었다.. 주소가 복수.. 감별진단을 위해선 많은 검진과 과거력을 물어야 하겠지만 바디 랭기지만으론 힘들어 보였다.. 집으로 돌아와 나를 가장 잘 따르던 셋째 딸 '따리'에게 '싸리'의 영어사전을 찾아 오라고 하여 시도해보았다.. 소변을 거의 못 보고 검진상 황달과 타진 상 이동탁음과 간이 작아진 것으로 볼 때 간경화가 확실해 보였다.. 소변이 안 나오는 것으로 봐선 안타깝게도 거의 말기 수준으로 생각이 되었다..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으며 "할아버지 괜찮을 거에요"라며 사전을 찾아가며 라오스어로 떠듬떠듬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싸리의 어머니는 검진상 rest tremor(쉬는 자세에서의 떨림증)와 bradykinesia(느린 행동증)을 전형적으로 보여 파킨슨 증후군의 증상을 보였다.. 신경과 의사를 만난다면 좋아질 것 같아 보였다. 당일 저녁에 싸리에게 아버지는 간이 매우 안 좋고 - 아마도 감염이나 암 -, 어머니는 비엔티안이나 태국의 병원에 여유가 될 때 간다면 도움이 될 듯 싶다고, 그의 부모님들의 건강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해주었다..

 

 그 외 통증을 호소하는 등이 굽은 할머니, 빈랑 열매를 먹고 입에 시꺼멓게 변한 할머니, 미열과 함꼐 감기 걸린 아줌마, 만성 기침을 하는 아줌마(라오스어가 딸려 이 분은 도움이 될 수 없었다!!) 등을 만나 등이 굽은 할머니에겐 NSAID를 감기걸린 아줌마에겐 감기 비상약을 주고 나니.. 남은 약은 말라리아 약뿐.. 하지만 마음만은 뿌듯했다.. 그리고 앞으로 나와 가족의 편안함, 부보다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의사가 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도 열심히 안해 알지도 못하는 본과 3학년 꼬꼬마 의대생의 얼치기 진료가, 비록 약도 없고 정확한 진단을 위한 도구가 없어 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그들에겐 큰 고마움으로 다가오며 "짜오 뼨 띠(you are good ; 처음에 이 사람들이 내 이름을 '짜오'라고 잘못 알고 있는 줄 알았다......)"이라며 따로 인사하게 할 정도라면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진단할 장비를 갖춘 의사가 되었을 때 의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홈스테이한 집의 베란다에서 책읽으며 보이는 마을길..

 

 아이들이 한두명씩 올라오더니..

 

 

 

 어느새 몇명의 아이들이 집으로 들어왔다..

 

 밖에도 많은 아이들이.. 반꽁로는 대충 봤을 때 300명은 사는 큰 마을이었는데 나는 이날 홈스테이한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노란 옷에 검은색 씬(라오스식 치마)를 입은 아가씨는 춤도 추고 난리났다... ;;;

 

 애들이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삼각대를 갖고 밖으로!

 

 순수한 아이들.. 때도 묻지 않고 그대로의 모습이다..

 

 

 갑자기 등장한 정체불명의 바구니.. 얘는 나한테 가장 까불던 루이.. ㅋㅋ

 

 

 

 

 

 

 지금 보니 둘이 완전 닮았다!!

 

 

 라오스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인 '능송삼시하윷젯뻿까오십'을 하였다.. 사실 말하는 것만 다르지 완전 같은 게임이라 적응하기 쉬웠다.. ㅋㅋ 나이 23 먹고 10살남짓한 아이들과 '능송삼시하윷젯뻿까오십'을 하다 보니 몸이 예전같이 않아 1시간쯤 하다가 힘들다고 집에 들어가 쉬니 아이들이 이번엔 같이 물을 뜨러 가잰다...

 

"애들아 오빠 많이 힘들거든.. 그러니 제발 좀 쉬게 해줘 ㅠㅠㅠ"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적당한 음성언어를 찾지 못해 따라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이 동네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를 들렀다..

 

 학교 앞의 식물들은 아이들이 직접 심은 것인듯 싶다..

 

 20분쯤 걸어 물뜨는 곳에 도착!! 아름다운 남힌분으로 흘러드는 골짜기였다..

 

 

 

 

 

 

 

 

 이 바위 사이로 물이 흘러 내린다..

 

 

 

 빨간 바지 입은 아이가 루이.. 자꾸 까불길래 물에 빠트러 버림!! ㅋㅋㅋ

 

 첫째딸 따.. 나를 보면 항상 수줍어 한다.. 귀여워 ㅋㅋ

 

 

 

 

 

 

 물뜨며 돌아오는 길.. 라오스에서 물 길러 오는 일은 여자들의 일인가 보다.. 돌아오는 길에 남자아이들, 라오스 어른들이 나를 매우 신기하게 쳐다본다.. 도와주려고 한 아이의 물통을 짊어지니 아이들이 놀라며 안 그래도 된다고 한다.. 뭐 억지로 들고 가다가 균형 못 맞춰 물 다 쏟고 말았지만... ㅋㅋ 이렇게 무거운 물을 2~3일에 한번씩은 길러 올텐데 이것도 큰 노동이 아닐까 싶다.. 물론 집에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지만, 웬지 이게 라오스 여자들이 대개 키가 작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내가 홈스테이한 싸리의 집..

 

 불법진료를 다닌덕에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과 안면을 트고 친하게 되었다.. 어떤 아주머니가 무언가를 만들길래 허락맡고 찍은 사진..

 

 아름다운 수공예품을 제작중이었다..

 

 아저씨는 대나무로 무언가를 엮으시고..

 

 아침엔 자전거 여행, 점심엔 '능쏭삼시욫젯뻿까오십', 오후엔 물길러 오기로 지칠대로 지쳐 '반꽁로식 버팔로고기'와 함께 밥을 먹고 지쳐 잠들어 버렸다.. 내일은 다시 비엔티안으로 돌아가 3일만에 머리도 감고 또 다른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지.. 반꽁로의 마을 사람들과 완전히 동화되어버린 2박 3일은 잊혀지지 않을 듯 싶다..